살다보니, 나도 참 별 짓을 다한다.^^
이 앨범이 책장 한 귀퉁이에 꽂혀 있을 줄이야!!
이젠 빛이 바랄대로 바랜 두꺼운 붉은 표지에,
금박의 졸업모 그림과 함께 '75 라고 적혀 있다.
즉, 그해는 내가 여덟 살이었다는 의미이다.
<유치원은 그 전 해에 다녔고 이건 졸업 사진이니까...ㅎㅎ>
놀랍게도 이 유치원은 아직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 존재<물론 다른 모습으로>하고 있다.
내가 몇 십년째 다니는,
아버지<첨부터 나를 봐주신>의 대를 이어서,
그 아들이 진료하고 있는 안과가,
바로 이 유치원 곁에 있으니까... 알 수밖에.>
이미 40년 가까이 된 낡은 앨범인데다,
그 앨범에 있는 사진을, 것도 폰카로 찍으려니 희미하다.
맨 뒷줄, 왼편에서 6번째, 여자아이처럼 보이는 게 바로 나라는...
39년전 내 모습이라는 게 전혀 믿기지 않는...
이 얼굴 어디에 지금의 내가 될 기미가 보이나 싶다. ^^
유치원 선생님들은, 엄마한테 늘 이 말로 인사를 대신했었다.
"ㅇㅇ는 너무 조용하고 너무 아이같지 않아요..."라는.
애가 애같지 않다는 말이 그땐 좋은 말인 줄 알았다.
여늬 아이들처럼 장난치고, 떠들고, 어지럽히고,
선생님들을 힘들게 하지 않는 착한 아이라는... 그런 뜻으로 말이다.
하지만 아이는 아이답게 말하고 행동해야 건강한 거다.
다른 아이들처럼 놀았다면, 그러면, 건강하게 살았을까...??
왼편 엄마들 줄에서 세 번째가 울 엄마,
왼편 아이들 줄에서 네 번째가 나...
그때나 지금이나 어쩜 노상 흑백의 차림을 고수하고 있는지 참...
졸업 앨범에 담기 위해서는,
무슨 놀이라도 한 가지를 해야 했었다.
난 특별히 하고 싶은 역할이나 놀이가 없었다.
선생님이 의사놀이를 하라고, 간호사가 되라고,
역할을 맡기니 할 수밖에 없었다.
세 동그라미 윗부분의 간호사가 나이고,
오른편 동그라미 맨 뒤에 들어오는 간호사도 나라는...^^
아마 이 졸업 사진의 대미<?>를 장식하는 사진일 거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오래전에 내가 울 엄마 얼굴에 볼펜으로
동그라미를 해놓았던 자국이 그대로 있다. ㅎㅎ
맨 뒤에서 앞으로 두 번째 줄, 왼편 두 번째가 엄마이고,
그 앞에 있는 애가 바로 나~~~^^
옛날 옛적 앨범을 찾아 거기 있는 사진을,
이렇게 올리는 날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올려놓고 봐도 어이가 없을 만큼 웃긴다.
지난 40년은 어디로 갔을까... 난 뭘 하고 살아온 걸까...
지나간 세월은 어쩔 수 없고, 앞으로 가야 할 세월이 문제지만,
그 세월을 위해서 내가 할 일은, 지금, 여기서 최선을 다하는,
그것 뿐이란 사실...을 인정하고 남은 길을 바지런히 가야지!!
'photos & stor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Y~~~에서 ^^ (0) | 2013.09.27 |
---|---|
가을맞이~~ (0) | 2013.09.25 |
즐거웠고, 행복했고, 그래서... 감사했다!! (0) | 2013.09.17 |
향기님이 담은 내 모습 ^0^ (0) | 2013.09.14 |
즐거운 주일을 보내고~~^^ (0) | 2013.09.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