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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이야기

울산 여행 - 하나

by IMmiji 2013. 9. 12.

향기님과 나의 첫 여행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새로 카테고리라도 하나 만들까...하는 생각도 잠시 했었다.

나들이와 여행의 구분을 어떻게 할까 하다가,

이 도시 안에서 하는 건 '나들이', 그리고 이 도시를 벗어나는 건

무박이든 일박 이상이든 무조건 '여행'으로 한다...로 정했다. 나혼자...ㅋㅋ

언제나 서두가, 아니 설명이 긴터라 양해부터 구하고 시작한다.

 

그저께 아침<9월10일 오전 9시 20분 버스로...>에,

우린 마침내 이 도시를 벗어나 울산으로 향했다.

아... 울산!!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던 도시,

가본 적도 없고 갈 일이 있으리라고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는

그런 곳이었다.  심지어 난, 울산과 울진의 위치를 바꿔서

지난 세월을 무사히 살아왔었다.

그랬던 그 '울산'이 언제부터 나와 인연이 닿았는지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봤다.

 

두해 전쯤, 블친 권사님 방에서 그분 방을 방문한 블로거의 흔적을

따라 갔다가, 그 블로거의 방에 올려놓은 멋진 바다 풍경 사진들을

보며 한참 머물렀었다.

사진으로 봐서 그럴까, 우리나라 바다가 그렇게 멋진 줄 첨 알았었다.

하긴 내가 가본 몇 안되는 실망스런 바다를 어디에다 비교를 할까.

우리나라 바다가 다 그랬다면, 난 평생 바다를 보지 않고 살아도

서운하지 않을 거라고 과감히 말할 수 있다.

그치만 그 블로거가 올려놓은 바다는 멋있었다.

거기가 울산이랬고, 첨으로 난 투석을 안하게 되면,

꼭 그 바다를 보러 가리라... 다짐을 했었다.

 

그리고 이번 여름 초에,

내 오랜 친구가 지인<나도 잘 아는>의 문병을 가는데,

같이 가자고 아침 일찍 내게 전화를 했었다는데,

그때 난 누구의 전화도 받지를 않던 때라,

그 친구 전화도 받질 않아, 결국 나의 기분 전환을 위해

바람을 쐬어 주려했던 친구의 바람은 무산이 되어 혼자 갔다는...

그때 내 친구가 가려했던 곳이 울산, 방어진이었다.

솔직히 난 '방어진'이란 지명도 그떄 첨 들었었다.

친구는 그날 혼자 그 긴 시간을 허리가 아프도록 버스를 타고 갔고,

막상 가서보니 생각보다 너무 좋더라고,

나중에 꼭 같이 가보자고 권하기까지 했었다.

 

또한, 얼마전 내게 친구 신청을 보낸 분이 '울산 홍보 대사'이신듯,

그분 블로그에 울산에 대한 것들이 많았다.

사실 이런저런 경치 사진들을 즐감했을 뿐, 그분이 올려놓은 

정보들은 내게 큰 도움은 되지 못했다. 

그래도 수첩에 이것저것 나름 적어두기까지 했었다.

 

그리고 혼자서는 여행이 두렵고 힘들었던,

향기님과 내가 의기 투합하여, "우리도 가봅시다!!" 하고,

어디로 첫 여행지를 정할 것인가로 고민할 때,

마침 향기님의 친구 목사님<신학대학교에서 함께 수학한>께서,

울산에서 목회를 하고 계신다고,

꼭<이 '꼭'을 강조하셨다고 함^^> 오라고 청하셨다는 얘기에,

그럼, 울산으로 가자~며 마음을 정했었다.

 

그래서 시간을, 날짜를 나름 정했었는데,

하필, 그 친구 목사님께서 총회에 참석하시러 월요일부터 서울에

나흘간 가셔야 한다는 예기치 않은 소식을 듣게 되었다.

돌아오셔서 금요일은 쉬셔야 하고,

주말은 주일 예배 준비하셔야 하고... 하면서 우리끼리 목사님을 배려했다. ㅎㅎ

 

그 다음 주는 명절이 있고, 명절보다는 손수술이 더 신경이 쓰였던 나는,

최대한 빨리 다녀와서 수술을 받고자 서둘렀다.

그래서 이번 화요일에 우린 그렇게 나서게 된 것이었다.

누굴 만난다던가 하는 약속없이, 단지 여행을 목적으로 나서니,

한결 가볍게 갈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말하면,  화요일은 최적의 날이 되었다. 

원래대로 했으면 우린 비 때문에 못 나섰을 것이고,

그날처럼 화창한 날씨 속에, 발걸음 가볍게 다니기 힘들었을 것이고,

소중한 인연들도 못 만났을테니까 말이다.

 

십 년전에, 포항 사는 여동생네에 간다고 터미널에 가본 후,

시외버스 정류장 가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그때 난 삼십 대 중반의 진짜 '새댁'이었는데 말이다. ^^

표를 끊는 것조차 설레이고, 우리가 타야 할 버스 기사분께 이 버스가

방어진으로 가는 버스가 맞냐고 촌여자처럼 확인까지 하고 탔다.

그런 나자신이 우습기도 했지만 그것조차 즐거웠다.

 

울산 홍보 대사 블친의 방에서 본 '대왕암' 공원이 좋아보여서,

그리로 가고자 검색도 해보고, 울산 블친에게 물어도 봤지만,

다들 왜그리 속시원히 알려주지 않는지... 

결국 대왕암 공원 안내소에 전화해서 직접 물어봤다.

울산 터미널보다 방어진 터미널이 훨씬 더 가깝다는 소릴 듣고,

원래 가려던 울산 터미널이 아닌 방어진 터미널로 바꾼 거였다.

그리고 대왕암, 울기등대, 일산해수욕장이 모두 다 한 곳에 있다는 것도!!

그때까지 난 그곳들이 다 따로 떨어져 있는 줄 았았다.

 

두 시간 넘게 달려서 간 울산은,

내가 사는 대구랑 별반 다른 게 없어보였다.

늘 보던 이름들이 거기에도 똑같이 있었다.

사람 사는 데가 다 거기서 거기지 뭐 얼마나 다를라고...

도로에 달리는 차들이, 이곳과는 달리, 울산에는 거의 다 컨테이너를 

싣거나 화물용 트럭들이라는 게 다르다고나 할지...

그리고 첩첩이 산으로 둘러싸인 이 도시와는 달리

거긴 곳곳에 바다가 보인다는 점?? ㅎㅎ

향기님이랑 둘이 수다를 떨며 가느라 지루한 줄 모르고 갔다.

 

오~랫동안, 그렇게 긴 시간 버스를 탈 일이 없었던터라,

난 자신이 심한 멀리가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멀미약도 챙기지 않았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는 향기님이랑 이야기를 한다고 몰랐는데,

울산 시내에 들어서면서 버스가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동안 멀미가...

몇 번이나 욱...하는 순간을 겨우 넘기고 터미널에 도착했다.

 

방어진 터미널에 내려서,

향기님은 터미널<이라기 보다는 시골 정류소같은 곳이었다 ㅎ>도

찍고 했지만, 난 주변부터 살피느라 바빴다.

그런 희한한 위치<주택가 한가운데 같은>에 있는 터미널은 첨 봤다.

점심을 먹기에는 좀 이른 시간이었고,

편의점에 가서 대왕암까지 가려면 얼마나 걸리느냐고 물으니,

택시 타면 기본 요금 나올 정도로 가깝다고 했고,

그 주변이 식당이 많으냐고 하니, 없다고 해서,

그럼 여기서 뭐라도 먹고 가야겠다며 둘러보는데,

그런 우리 두 사람 눈에 들어온 것이 있으니 바로 '교회'였다.

 

정류장 대각선 건너편에, 눈에 확 들어오는 멋진 교회가 있었다.

눈 밝은 향기님이, 예배당 문이 열려있노라고 알려주었다.

"기도하고 갑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렇게 외치고 다가갔다.

그 교회는, 마치 내가 다니는 교회를 축소해 놓은 듯한 구조였다.

예배당 안에 들어서니 더 그런 생각이 들었고,

맨 뒷 자리에 앉아 우리는, 무사히 도착하게 해주신 것을 감사하고, 

우리의 첫 여행을 인도해 주실 것을 기도드렸다.

 

기도드리고 나서도, 잠시 자리에 앉아 얘기를 하는 중에,

마침 지나가시는 여성도분이 계셔서 인사를 하고,

우리가 대구에서 왔고, 어느 교회에 속해 있는 사람들인지를 밝히고,

교회가 너무 아담하고 예쁘다며 양해를 구하고 교회 사진을 찍으려했다.

교회 안 어디선가 음식 냄새가 나서, 

아까 그 여성도께 이 교회에서는 평일에 식당에서 식사를 유료로

제공하지 않으시냐고 했더니, 그렇게는 하지 않고 화요일마다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무료 급식소를 연다고 그러셨다.

 

그러시냐고, 제가 다니는 교회에서는 평일에도 식당을 열어서,

혹시 여기서도 그런가 해서 여쭤본 거라고 했다.

교회 사진만 얼른 찍고 식사는 터미널 주변에서 해결하고 가려던 참이었는데,

그 여성도께서 손짓을 하며 우릴 부르시는 거였다.

식사하고 가라면서...  

전혀 그런 의도는 아니었기에, 순간 당황한 우리는 아니라고,

나가서 먹으면 되니까 신경쓰지 마시라고 사양을 했는데,

들어오라고 극구 부르시는 거였다. 

웬지 미안하고, 좀 난처했는데, 헌데도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ㅎㅎ

 

식당은 비교적 넓었는데, 안타깝게도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봉사하시던 분들이, 오늘은 장사가 시원찮다...고 하실 정도로. ㅎㅎ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우릴 부르신 분들은 그 교회의 권사님들과 집사님들이셨고,

화요일마다 그렇게 무료 급식소를 열고 계신다고 했다.

우리가 흔히 '노숙자'라고 부르는 그런 사람들이 몇 사람 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식사를 하고 있었다.

향기님과 나도 그 근처에 자릴 잡고 가방을 놓고 가서는, 

트레이에 밥과 반찬을 담았다. 셀프라고 하셔서...

"전 대식가니까 밥을 많이 주세요..." 하는 향기님 말에 다 같이 웃었다.

 

낯선 나그네<^^>들을 기꺼이 불러 식사를 대접해 주신

자매님들이 너무 고마워서, 식사 후에 캔커피를 대접해 드렸다. 

마침 식당 바깥에 자판기가 있어서 그걸로 했는데 달리 드릴 게 없었다.

그러면 미안해서 안된다고 손사레를 치시는

그 자매님들의 따뜻한 마음에 괜히 울컥해지기까지 했다.

그래, 집을 떠나보니 비로소 알겠다. 교회가 어떤 곳인지...

모든 교회는 '주님의 교회'이고, 예수님이 주인이시라는 것을,

그리고 예수님을 믿는 이들은 모두 형제요 자매라는 사실을 말이다.

대구에 오시면, 우리 교회에도 꼭 놀러오세요~~ 하면서 일어서는데,

식사를 하시던 권사님께서 갑자기 우리를 대왕암 공원 입구까지

당신 차로 태워주시겠다는 거였다. 

아니, 괜찮다고, 그렇게까지 폐를 끼칠 수는... 없다고 하는데,

권사님은 벌써 손에 자동차 키를 들고 앞장을 서셨다.

 

가까운 거리였지만, 가는 도중 우리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권사님의 서른 넘은 아들도 뇌성마비로 내내 누워만 있다고,

그리고 몇 해전에 권사님도 암으로 힘든 고비를 넘기셨다고...

해서 향기님을 보니, 내 자식이 생각나고,

더 챙겨주고 싶어지신 거라고... 말이다.

모습도 목소리도 넉넉하신 권사님의 그 마음에 목이 매여서,

쑥스러움이 많고 소심한 내가,

먼저 그 권사님 손을 잡고 진심을 담아 말씀드렸다.

"권사님, 하나님께서 권사님과 아드님을 축복하십니다.

우리 천국에서 꼭 만나요, 권사님!! 감사합니다!"

내 손을 꼭 잡으시며, 권사님도 고개를 끄덕이셨다.

 

향기님과 나는, 권사님이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고,

공원 입구 벤치에 앉아 이루 말할 수 없는 가슴벅참으로

푸르디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고 찬양했다.

우리의 처지와 형편을 어찌 이리도 세심하게 살펴주시는지...

정말 감동이었다.

 

설마하니, 우리의 첫 여행에서, 낯선 곳에 내리지마자,

바로 앞에서 교회를 만나고, 거기 들어가 기도를 하게 하시고,

거기다 식사 대접도 잘 받고,  심지어 가고자 한 곳까지 차로

태워주시기까지 할 줄 상상이나 했겠는가 말이다.

아, 아버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마 그 감사를 돌아오는 순간까지 향기님은 수도없이 했지 싶다.

표현이 서툰 나보다 향기님은 그런 표현을 얼마나 잘 하는지... ^^

 

우린 확신했다.

우리의 여행은 하나님께서 기쁘게 허락하신 것이고,

또한 우리와 동행하신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기적같은 일을 시작으로 여행을 하게 되어 정말 기뻤고 행복했다.

앞으로의 여행도 그럴 것이라 우리 둘 다 믿어의심치 않는다...는

것을 말하면서, 울산 여행 2부는, 더 많은 사진들과 함께, 

조만간 계속될 것임을...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

 

 

 

 

 

방어진 터미널 대각선 바로 맞은 편에 있는,

예수교 장로회 '미래로 교회' 모습이다.

실제로 보면, 더 정감있고 멋있어 보인다.

 

 

반찬은 각자 먹을만큼 덜어서 먹는다고 하셨는데,

갑자기 식당 안쪽에 계시던 권사님께서 제육볶음을 한가운데에

가득 담아주시는 바람에 당황했었다.

어떻게 남겨서 식판을 갖다놓나 싶어서 말이다.

다행히, 우리 옆자리에서 봉사하시던 자매님들도 다 식사를 하시는 바람에

얼른 일어나 식판을 갖다놓을 수 있었다는... ㅎㅎ

 

 

우리 교회는 엄청 긴 테이블이 주욱 이어져 있어서

보기만 해도 헉! 소리가 나는데 이 교회는 카페테리아처럼

정말 아담하고, 여유있게 식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밥도 먹고, 얘기 나누며 차도 마실 수 있는 그런 분위기라고나 할까?

 

 

정말 밝고 인정이 넘치는 자매님들~~이셨다.

마치 늘 다니는 교회에서 밥을 먹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물론 밥맛이야 말할 것도 없었고!! ^^

 

 

우리가, 아니 내가, 다시 울산에 갈 일이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만약 다시 갈 일이 생기면, 말할 필요도 없이 꼭 이 교회에 가서,

기도부터 드리고 자매님들에게 재회의 인사도 반갑게 할 것이다.

그때까지 잘 지내라고, 버스를 타기전에 교회 모습을 폰에 담고서,

예배당을 향해 손흔들어 인사도 하고 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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