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교회 설립 107주년 기념 예배를 드렸다.
지금의 담임 목사님께서 우리 교회로 오신지 어느덧 20년이 다 되셨다고 하니...
그리고 내가 유치부부터 이 교회를 다닌 친구 따라 발을 들여놓은지도
어느새 30년이 되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가부장적이고 철저한 유교집안인 우리집에서 교회의 'ㄱ'자만,
예수의 'ㅇ'자만 나와도 그대로 집에서 쫓겨날 상황이라,
늘 몰래 교회를 다니고, 도둑 예배를 드리곤 했던 그 시간을 제외하면,
제대로 등록하고, 등록 교인이 되어 다닌 것도 15년이 넘었으니,
그 세월도 그리 짧지만은 않은 것 같다.
하긴, 믿음에 있어 시간의 오래됨이야 무슨 의미가 있겠나마는...
아무튼, 큰 문제없이, 위기없이, 100년이 넘도록 교회가 유지되어 온다는 건,
말할 것도 없이 하나님의 은혜이고 머리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권능이시다.
한 두 사람이 모이는 곳도 아니고, 그야말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곳이 교회인데,
사람의 힘으로는 이렇게 올 수 없음을 알기에,
그저 예수님의 존귀하신 이름만을 높일 뿐이다.
목사님께서 예배를 마치실 때쯤 농담처럼 한 말씀 하셨다.
"오늘 점심은 친교 위원회에서 무료로 제공한답니다.
그러니 다들 드시고 가세요.
교회 생일이라고 '미역국'을 드린답니다. ㅎㅎ"
그 말씀에 다들 소리내어 웃었다...는 말씀. ^^
물론 교회 설립 107주년된 이야기도 하고 싶었지만,
그보다 오늘 이 글을 쓰고자한 본래 의도<?>는, 조금 다른 데 있다.
두 해전 가을 이 맘때쯤,
그 날도 아마 교회 생일을 맞아 예배를 드렸던 것 같다.
주일인데도 남편은 그때 근무를 해야 해서 혼자 예배를 드렸다.
다른 자매들은 오후 예배를 드린다고 교회에 있어야 했고,
난 투석 시간 때문에 먼저 나서야만 했다.
집으로 오려면 언덕배기에 있는 교회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한참 걸어 내려와야만 했다.
예전의 오래된 교회보다 다른 여건이나 조건들은
대체로 다 좋아졌을지 몰라도,
지금의 교회는 교통편이 편리하지가 못해서
한동안, 어쩌면 지금까지도 성도들<특히 연세드신 어른들>로부터
마땅찮아하는 소리가 이따금씩 나오고 있다.
버스 정류장에서 한참 언덕을 올라가야 하고,
또 내려와야 하니까.
여러 대의 교회 셔틀 버스가 있지만
어르신들은 이용하기가 만만치 않으신 듯하다.
전처럼, 아무 때나 오다가다 예배당에 들러서 기도도 드리고,
교회 찻집에서 만나 차도 마시고 얘기도 나누고 그러고 싶은데,
지금은 위치 상 그게 쉽지가 않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땐 이미 내가 5년 이상 투석을 하던 때라,
몸이 무거워질대로 무거워져 있었고,
그저 '힘들다' 는 표현밖에는 할 수 없는 상태였었다.
그 무거운 몸으로 언덕을 한참 내려와,
길을 건너 반대편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는데,
그땐 그 길이 왜그리 멀고 힘겹든지,
몇 번을 쉬어가며 가다 서다를 반복했었다.
그런데 오늘 다시 그와 같은 상황이 되었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투석 시간에 맞춰 늘 3부 예배를 드렸었는데,
이식을 하고부터는,
이제 주사 시간에 맞춰 늘 2부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3부 때처럼, 당연히 2부 예배때에도,
시간마다 셔틀 버스가 운행이 될 줄 알았다.
예배를 마치자마자 교회 입구에 서서
셔틀 버스가 오길 기다렸지만 그럴 기미가 없었다.
이 사람 저 사람 물어봤지만 다들 모른다고 했다.
왜들 모를까, 다들 나처럼 셔틀 버스랑 상관없이 다니나?!
답답한 생각에, 심지어 셔틀 버스 기사분한테 전화까지 했지만
계속 통화 중이었다.
3부 예배를 드리러 오는 사람들을 태워서 와야 하니까,
설마하니 안 오는 일이야 없겠지...하며 기다렸다.
예배 시간이 임박해서야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5대의 셔틀 버스들이 교회 앞에 줄을 서듯 늘어섰지만,
어느 버스도 그 시간에는 출발하지 않는다고 했다.
2부 예배 후에는 운행을 하지 않고, 3부 예배 후에만 운행한다고...
2부 예배 후에 버스를 타본 적이 없었던 나로서는,
미처 그 생각을 못했었다.
도대체 여지껏 난 뭘 한 건가,
바보같이... 혼자 어이없어 하면서,
다시금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언덕을 내려가는 도중에,
마주 올라오는 교회의 남자 집사님을 만났다.
전도사<늘 나를 ㅇㅇ언니라고 부르는>님의 남편 분이고,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이시고,
나보다 나이도 한 살 적은 분인데, 그분의 밝은 인상에도 불구하고,
희끗한 머리빛깔 때문인지 나이가 한참 많아 보이셨다.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네자, 집사님도 마주보며 인사를 건네셨다.
손에 성경을 들고 있고, 교회 쪽에서 내려오는 걸로 봐서,
같은 교회 사람인 것 같은데... 하는 눈빛이셨다.
내가 누군지를 알아보지 못하셨던 게 분명했다.
하긴 그렇게 마주친 것도 인사를 한 것도 몇 년만인지 모른다.
잠시 나를 쳐다보시더니 그제서야 알아보신 듯 웃으시며
반갑게 다시 인사를 건네셨다. ㅎㅎ
그 분의 첫 마디가,
"웬 날씬한 분이 내려오시나 했습니다..."는 거였다.
하긴, 내가 오늘 좀 날씬하게 보이는 옷차림을 했지...하며
장난스런 마음에 속으로 웃었다.ㅋㅋ
여러 해 동안 가끔씩 오다가다 봐온 내 모습만 기억하실테니...
그렇게 보이실만도 하겠지 싶어, 쑥스러움에 고갤 숙였다.
건강은 어떠냐고 하시길래, →좋습니다!!
얼굴이 아주 좋아보이십니다 하셔서, → 네, 고맙습니다...
그렇게 인사를 하고 그분은 위로 나는 아래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 상황에 부딪힐 때마다, 대관절 지난 6-7년 동안의
내 모습은 어떠했다는 건가... 사람의 몰골이 아니었었나?? 싶어진다.)
지금의 자리로 교회가 이전을 하고,
그렇게 그 언덕길을 내려온 게 오늘로써 두 번째인데,
2년전 가을과 이번 가을은,
같은 상황이지만 너무나 다른 느낌이었다.
같은 길을 내려오는데, 조금도 힘들지 않았고,
전혀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초가을의 날씨가 너무 기분좋았다.
햇살은 따사롭고, 바람은 시원하고, 공기는 바싹하니 상쾌하고,
내 발걸음은 더없이 가볍고... 말이다.
셔틀 버스를 기다리느라 그렇게 오래 서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경사진 언덕길을 내려오는 것이 즐거웠다.
내려오는 것 뿐아니라 올라가는 것도,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들었다.^^
내가 이런 기분, 이런 느낌이면,
덜 아프고 덜 불편한 사람들, 아니, 건강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기분일까 싶었다. 날아다닐 듯한 느낌일까?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그 편안함이, 그 자유가,
날마다 즐겁고 기쁘고 감사하지 않겠는가.
자신의 두 발로 어디든 마음껏 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쁘고 행복하고 감사할 것인가 말이다,
그러나... 과연 그들은 모두 그렇게 행복한가. 감사하고 있는가...
2년전 그 길을 힘겹게 내려오던 내가,
이제 덜 힘겹게 내려오는 그것만으로도,
이처럼 새롭고 행복하고 고마움이 흘러 넘치는데 말이다.
그것이, 누구나 다 누릴 수 있는 행복이 아니라는 걸... 안다면,
단 한 번만이라도 자기 발로 그렇게 걷고픈 이들이,
이 세상에 너무 많다는 걸 안다면...
그렇게 할 수 없는 이들을 그저 재수없고,
불쌍한 존재들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렇게 누릴 수 있는 자신의 자유와 행복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더 고맙게 여기고, 더 착하게 살고, 더 나누며 사는 계기로 삼았으면 싶다.
정류장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며,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자니 그 날이 절로 떠올랐고,
그 날 내가 느꼈던 스산한 바람의 스침과,
흐린 하늘 빛깔과, 심장이 부담을 느껴 가쁜 호흡을 몰아쉬었던...것이,
완전히 바뀌어서 새로운 것이 되었음에 혼자 가슴벅차했다.
근래와서 왜이리 가는 곳마다, 대하는 것마다,
지난 일, 예전 상황과 오버랩이 되어
Before & After 로 확연히 대조가 되어 보여지는지 모르겠다.
내가 요즘 감사가 부족했었나... 싶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나의 지난 시간이 어떠했는지를 알고,
지금 내게 감사 아닌 것이 없음을 자각하게 해주시려고 그러나...?
더 분명하게 확실하게 깨달으라고... 절감하라고... 말이다.
예, 아버지!! 그러겠습니다! 그러고말고요!!
모든 것이 다 아버지 은혜입니다. 당신의 사랑입니다.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제 마음을 당신이 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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