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햇빛이 좋아 이불을 널러 나갔다가,
또 자목련이 군데군데 피어난 것을 발견했다.
지난 달 초순에도, 이렇게 여러 송이가 핀 것을 보고,
카카오스토리에 올렸었다.
뜨거운 여름 볕에 그렇게 꽃을 피운 것이 대견하고 신기해서...
지난 늦가을에, 옥상에 이를 정도로 키가 자란 목련나무를,
너무하다... 싶을 만큼 몽툭하게 가지를 다 쳐버린 것을 보고,
그 자른 가지가 원래처럼 자라나 다시 꽃을 피우려면,
적어도 몇 년은 족히 걸릴 거라고 나름 생각했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우리가 이 집을 떠나기 전에 자목련의
화려한 자태를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믿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가지는 자라고,
봄에만 해도 아직 한참 멀었다 싶었는데,
뜨거운 여름 볕에 가지와 이파리가 무성해지면서,
목련의 키가 어느새 2층에 이르렀다.
적어도 2미터 이상은 자랐지 싶다.
어느새 내 얼굴 앞까지 자라난 목련의 무성한 잎사귀 사이사이로,
연분홍과 연보랏빛 목련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참으로 기이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몽툭하게 잘려버린 그 가지에서는 꽃을 피우고 싶어도 피울 수 없어서,
제 때에 꽃 피우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던지,
이른 봄꽃이, 이 여름, 것두 늦여름에 꽃을 피워내고 있는 것이다.
때를 분별하지 못한 듯 피어난 그 자목련이,
이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꽃을 피우려고 애쓰는 그 모습이,
애처롭고 그러면서도 대견하고, 내 눈에는 그리 이쁠 수가 없다.
손을 뻗어 가까스로 그 꽃잎을 만져봤다.
얼마나 연하고 보드랍던지...
해서 방에 들어와 다시 폰을 들고 나가 그 모습을 담았다.
그래, 좀 늦으면 어떠냐, 뜨거우면 어떻고...
너는 어떤 상황 어떤 처지에서도 네 할 일을 꿋꿋이 다 하고마는구나...
참으로 장하다, 자목아~~
나라도 너를 응원하고 칭찬해 줄께... 하면서. ^^
아마도, 내년 봄에는 여지껏 본 중에 제일로 아름다운
자목련들이 환한 등처럼 피어난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지들을 다 쳐내는 아픔을 겪었던 만큼,
버리고 내려놓은 그 이상으로 새로운 모습이 될 것만 같다.
안하려고 해도, 나도모르게 그런 기대가 자꾸 되어지는 걸 어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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