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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싶은 이야기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2

by IMmiji 2010. 6. 3.

 

당신을 부르기 전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당신을 부르기 전에는

아무 모습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아닙니다.

어렴풋이 보이고 멀리에서 들려옵니다.

 

어둠의 벼랑 앞에서

내 당신을 부르면

기척도 없이 다가서시며

"네가 거기 있었느냐"

"네가 그동안 거기 있었느냐"고

물으시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달빛처럼 내민 당신의 손은

왜 그렇게도 야위셨습니까

못자국의 아픔이 아직도 남으셨나이까.

도마에게 그렇게 하셨던 것처럼 나도

그 상처를 조금 만져볼 수 있게 하소서.

그리고 혹시 내 눈물방울이 그 위에 떨어질지라도

용서하소서.

 

아무 말씀도 하지 마옵소서.

여태까지 무엇을 하다 너 혼자 거기 있느냐고

더는 걱정하지 마옵소서.

그냥 당신의 야윈 손을 잡고

내 몇 방울의 차가운 눈물을 뿌리게 하소서.

 

 

 

 

                                    이어령의 '지성에서 영성으로'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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