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념해야 할 때 체념하는 것,
체념할 수밖에 없을 때 체념해 버리는 것,
삶은 때때로 우리에게 이러한 능력을 요구한다.
이 때 체념은 분명 포기와 다르다.
포기란 때로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자신의 능력이나 자격마저 내던져 버리는 것을 뜻하지만,
체념은 자신은 버리지 않고 자신이 잃어버린 것만을 깨끗하게 단념하는 것을 의미한다.
간혹 어떤 사람들은 인생을 달관한 듯한 자세로 체념의 가면을 쓰고
모든 것을 쉽게 포기해 버린다.
그러나 이는 단지 삶과 자신에 대한 냉소이며,
자신의 무능력이나 무력함에 대한 합리화일 뿐이다.
삶에는 우리가 어쩌지 못하는, 그대로 감내해야만 하는 부분들이 있다.
누구라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이 그 중 하나요,
되돌이킬 수 없는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 그리고 내가 어쩌지 못하는 타인의 마음 또한
여기에 속한다.
이런 면에서 보면 체념은 삶의 불완전성과 우리의 유한성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며,
불가능한 것들에 대한 집착을 털어 버리고 떠나보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야만 우리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미래를 향해 출발할 수 있다.
그러므로 체념은 과거의 책장을 넘기는 작업이며 현재와 미래를 향해 우리의 마음을 여는
열쇠라 하겠다.
살다 보면 분명 체념해야 할 때와 부딪힌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이때 체념하지 못하고 계속 매달리게 되면 그것은 집착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우리는 과거 속을 떠도는 과거의 유령이 되기 십상이다.
모든 것을 두 손 안에 꽉 쥐고 놓지 않는 것보다 때로는 잡고 있던 손을 벌려 움켜쥐고 있던
것들을 흘러가게 내버려 둘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체념이란 바로 이 흘려보냄이라 할 수 있다.
< 김혜남 - 정신분석 전문의 / 어른으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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